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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HOME - 칼럼 - 한계를 두지 않는 삶

한계를 두지 않는 삶

  • 2024년 05월 05일
  • 황진규
  • 31

한계를 두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이것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이야.” “이것은 가능한 일이고,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이런 한계를 두는 일들이 싫었다. 그래서 한계를 두지 않고 살고 싶었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안다. 그것이 얼마나 치기 어린 낭만이었는지.

한때 한계를 두지 않고 살고 싶었던 속내는 주어진 ‘내 삶의 조건’을 초월하고 싶은 유아적인 바람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세계의 조건’을 초월하고 싶은 치기 어린 낭만이었다. 내 삶은 분명 한계를 두지 않는 삶이었다. 그 삶을 선택한 대가로 많은 현실적 부대낌을 감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한계를 두지 않은 삶의 의미를 잘 몰랐다.

한계限界를 넘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계界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진정한 경계는 무엇인가? 그것은 ‘남’과 ‘여’도, ‘부’와 ‘빈’도, ‘지성’과 ‘무지’도, ‘일상’과 ‘철학’도, ‘현실’과 ‘이상’도 아니다. 그것은 전부 유아적인 욕망과 치기 어린 낭만의 경계일 뿐이다. 진정한 경계는 오직 ‘죽음’과 ‘사랑’ 사이에 그어진 경계 뿐이다.

나는 이제 안다. 한계를 두지 않은 삶은 지독한 분열을 견디지 않고는 결코 불가능한 일임을. 그 삶은 유아적인 욕망과 치기 어린 낭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유아적인 욕망과 치기 어린 낭만으로 한계를 넘으려 할 때 지독한 분열을 감당하지 못해 마음은 갈갈이 찢길 수밖에 없다. 한계를 두지 않는 삶은 지옥이다. 광기 직전에만 언뜻 비치는 지옥.

한계를 두지 않는 삶을 살겠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따위에 마음두지 않고 살겠다. ‘병원’과 ‘바다’ 사이를 가로질러, ‘눈물’과 ‘웃음’ 사이를 가로질러, ‘죽음’과 ‘사랑’ 사이를 가로질러 한달음에 한계를 넘어 달려 나가겠다. 기꺼이 지옥을 지나가겠다. ‘죽음’ 앞에서조차 ‘사랑’하며 살겠다. 나는 계속 한계를 두지 않고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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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규

철학흥신소 추장. 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수업을 하며 산다. 앎과 삶을 연결하려는 인문공동체, '철학흥신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철학과 삶에 대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이메일 | jigyung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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